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저
부커상 이후 한강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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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수상 이후 5년, 한강 소설의 현재" 한강을 사랑하는 독자의 입장을 떠나, 서점 직원의 입장에서도 매 해마다 소설가 한강의 신작을 기다렸다.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작별>을 함께 엮어 출간될 '눈 3부작'의 물성을 상상하며. 본래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로 놓일 것이었던 이야기, <작별하지 않는다>가 (3부작의 두번째 이야기가 '작별'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독립된 이야기로 드디어 독자를 찾았다. 한강의 소설을 사랑한 독자라면 첫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의 다정하고 조심스러운 음색이 상상될 법한 시적인 풍경으로, 눈보라가 친다.
소설가 경하는(당연히 이 인물은 소설적 인물이다.) 5월의 광주에 대한 소설을 썼다.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23쪽) 생각했던 그는 정작 소설을 끝내고도 한참 그 소설에서 놓이지 못하고 있다. 경하에겐 만주와 베트남 등에서 '역사를 통과한 여성들'(34쪽)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남겨온 친구 인선이 있다. 고향인 제주 중산간에서 목수가 된 인선이 손가락 두 개가 잘리는 부상을 입고 자신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경하는 오랜만에 인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인선의 부탁으로 경하는 제주의 눈보라를 무릅쓰고 1948년의 제주, 정심의 이야기 속, '유골 수백 구가 묻힌 구덩이가 맥락도 설명도 없이'(167쪽) 놓인 풍경에 닿는다.
5월 광주, <소년이 온다>의 모진 문장을 읽은 독자들이 그 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깊은 상처를 경험했듯, 작가도 '그 소설'을 쓰기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듯하다고 한강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말했다. 죽은 사람의 얼굴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는 녹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1948년의 소녀가 그 이후에도 긴 삶을 살아냈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강이 쓴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이야기, 혹은 우리를 살게하는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작가 스스로를 구한 이 소설이, 독자에게도 가닿길 바란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작별」(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되었으나 그 자체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이게 된바,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이로써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눈’ 연작(2015, 2017) 등 근작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문학이 다다른 눈부신 현재를 또렷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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